토요일, 5월 14, 2022

일찍 눈이 떠졌다. 누워서 조금 뒹굴하다가 인터넷을 조금 뒤적거리다가 일기를 쓴다. 어제의 일기를 오늘 대신 쓴다. 아직 아침이니까 ! 그리고 오늘은 로즈데이니까 !

내 사랑이 나를 데리러 왔다. 반가움과 사랑이 넘실대는 인사 나누기. 명동에 도착해 1958년부터 있었다는 오래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식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몇 입만 댔다. 정영진 선생님을 떠올린 것부터 해서 어릴 적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었다. 나는 그 시간이 계속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간은 펼쳐져 있는 상태니까 ! 20살 세라는 지금도 법과대 건물에서 영화예술과 육체 수업을 반짝이는 눈을 하고 듣고 있다.

밥을 먹고는, 40년 정도 전(우리가 인식하는 시간 측정법으로라면...), 한 커플의 첫 만남이 있던 장소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두근두근. 멋진 장소였다. 멋진 폭포가 창밖으로 보였다. 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둥글고 큰 잔에 담긴 커피. 처음 만난 체 우리는 인사를 해보았다. 귀여운 사람들. 그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궁금했다. 그건 짐작할 수도 없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로 공간을 채운다. 40년 전 한 커플의 대화와 오늘 우리의 대화가 함께 공간에 남는다.

이렇게도 사랑스런 사람이 있을까 ! 그의 말을 들으며,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믿을 수 없는 행복과 감사를 느꼈다. 자랑스러움도 있다. 그리고 나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하곤 한다. 마구 펼쳐지는 어떤 장면들 앞에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것들도 이제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그가 떠올린 단어와 장면은 사실 나도 떠올린 장면이었다. 정확히 그런 장면이었다. 나는 얼마 전, 떠올린 어떤 호칭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낭만스럽게 한자어로 해석해둔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가, 오늘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다시 찾아보니, 그건 한자어가 아니라, 한글이고, 정확히는 어원을 알 수 없는 말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또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았나 보다. 그러나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아무렴. 아무튼. 나의 사랑. 나의 -. 무엇이든 넣을 수 있겠다. 내가 사랑하는 무엇이든. 내가 사랑하는 어떤 단어든.

낭만적인 장소에 우리의 시간을 쌓고, 성당엘 잠시 들렀다. 들어갔는데, 마침 성찬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성찬식 ! 감격스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들이 모두 귀여웠다. 마치는 기도까지 우리는 함께했다. 우리를 감싸는 따스한 빛을 주신 것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5월은 감사함과 장미로 가득하다. 성당에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이 모두에게 축복을 !

저녁이 되고, 갑자기 배가 고파 황급히 밥을 먹었고,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 극장에 들어갔다. 아주 다행히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암전이 되었다. 어둠 속에 설렘이 가득했다. 꿈에 보았던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놀랍고 행복해. 

연극은 아주 아주 재밌었다. 감동이 컸다. 인류가 겪고 있는 재난들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분노와 무력함이 따라오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도 사랑을 찾는 것이었다. 요즘 내가 배우는 것. 혼자선 못할 것 같던 일, 머뭇거려지던 일도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사람들은 함께 한다. 함께라서 갈 수 있는 길, 함께라서 시작할 수 있는 일, 함께라서 매듭지을 수 있는 일. 아무튼 그런 것들을 배우고, 행하는 것이 결국에 우리의 과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고난은 그냥 겪고 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아야지. 희미해지던 것들을 다시 선명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깨달으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느낀다. 용감해진다 ! 고마워.

사랑과 고백으로 가득한 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미의 날이니까 ! 특별한 사랑들- 그건 백만 송이 장미구나. 백만 송이의 사랑. 백만 송이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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