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4월 10, 2022

소영과의 일요일

소영이 라임 타르트를 들고 우리 집에 왔다.

따뜻한 날씨에 약간은 녹았지만 정말 정말 맛있는...(살면서 라임 타르트를 많이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타르트를 먹고 한가로이 떠들다가 함께 산책을 나섰다. 함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오지 작업실에 들러서 드러누웠다. 잠이 솔솔 오는 일요일 오후였다. 오지는 투탕카멘처럼 타투베드 위에 누웠다. 나도 내 작업실에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카페트를 깔까, 인조 잔디를 깔아볼까 고민을 하는데 소영이가 해먹을 설치하라고 했다. 해먹이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방법을 찾아봐야지.

투탕카멘과 함께 다시 일어나 보틀에 잠시 들렀다가 홍제천을 따라 산책을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소영에게 잠시 요즘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 디아블로를 보여줬다. 오지랑 나랑 서로의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그게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자랑을 했다. 너무 웃기네. 함께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음악을 함께 들었다. 우리는 악기 연주하는 일에 대해서 떠들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신체의 고통을 수반한다. 저렇게 멋진 연주가 가능해지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데 만수르 브라운은 거의 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하게 기타를 연주하는데 그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밌다. 오지는 드럼을 치고 싶다고 했다.

순식간에 밤이 되었고,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인 파이프 전달식이 있었다. 내가 최근에 만든 도자기 파이프를 소영이가 구매하기로 했다. 애정이 듬뿍 들어간 파이프. 소영은 내 파이프를 베를린에 가져갈 예정이다.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소영은 테라스가 딸린 집을 구해서, 그곳에 앉아 하염없이 파이프를 피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내년쯤엔 나도 소영이가 있는 곳에 가서 같이 파이프를 피우기로 했다.

나는 소영에게 파이프 피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옥상에 올라가 불을 붙이는 법부터 가르쳐주는데 소영은 배우는 자의 자세인 건지, 무릎을 약간 굽히고, 한껏 이상한 자세로 파이프를 들었다. 오지랑 나는 웃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영은 한참을 헤맸고, 소영에게 가르쳐주느라 나는 예상치 못하게 파이프를 많이 피운 날이 되었다. 소영이가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마 몇 번 더 강습(?)이 있을 것 같다. 소영의 독일로 돌아가는 준비에 파이프 배우기가 있는 것이 재미있다.

나는 예상치 못하게 담배를 많이 피운 날이 되어 한껏 들떴다가, 소영이가 떠나고 이제는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 잘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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