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4월 10, 2022

2021년 5월 21일

'헌신'



조금 전에 까미유를 위해 새로운 장난감을 꺼냈다. 매일 같은 장난감으로 놀아줬는데 이제 조금 권태로워보이는 듯 해서, 새로운 장난감을 꺼냈더니 아주 환장을 한다. 장난감이 꽤 여러개 있기는한데, 너무 이것 저것 가지고 놀아주는 것은 별로라는 말을 들어서.. 이제 또 한동안 이걸로 놀아주다가 또 다른 것을 꺼내보아야지. 고양이들 장난감이 한 곳에 모여있는데, 거의 다 막대에 길고 얇은 줄이 매달린 형태의 장난감들이라서, 그 안에서 다 엉켜버리고 말았나보다. 나는 정확히 재보진 않았지만 30분이 넘도록 그 타래를 풀었던 것 같다. 절대로 풀어지지 않을 것 같던 타래들이 결국엔 다 풀렸는데, 끝까지 그 자리에 앉아 해결한 내가 신기했다. 웃기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부분들을 보면서도 나는 또 삶이란 것을 생각한다. 다 풀고나서 다시 까미유를 놀아주는데, 코끝이 붉어질 때까지 신나게 뛰어다닌다. 정말 정말 고양이 같았다. 동화에 나오는 고양이의 모습. 핑크색 나비같은 그 장난감을 바라보는 까미유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다른 생각은 절대 없다. 몰입. 그렇게 단 하나에 완전히 몰입했던 적이 언제였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참. 그러고보니 아까 예전에 쓴 노트를 후루룩 넘기다가 패티 스미스의 '몰입'을 읽고 나서 적어둔 메모를 흘끗 보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까미유의 눈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몰입은 다른 말로 '헌신'이다.

dévouement

devotion

이 책에서 패티 스미스가 마지막장에 쓴 구절을 너무나 공유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보고 서운해질까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대신에 '꿈은 꿈이 아니다'라는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첫번째 문단을 공유하려고 한다.


어째서 글을 쓰지 않고 못 배기는 걸까? 스스로를 격리하고, 고치 속에 파고들어, 타인이 없는데도 고독 속에서 황홀한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었다. 프루스트에게는 셔터를 내린 창문이 있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는 음이 소거된 집이 있었다. 딜런 토머스에게는 소박한 헛간이 있었다. 모두가 말들로 채울 허공을 찾는다. 그 말들이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땅을 꿰뚫고 풀리지 않은 비밀번호를 풀고 무한을 형용할 것이다. (패티 스미스, 몰입, 마음산책, 121p.)



이 주제와 관련하여 나도 작업을 하려고 분명 메모를 해둔 것이었는데, 또 쌓여있기만 한 제목들. 사실 그런 것들을 다시 들추려고 노트들을 한데 꺼내놓은 것이기도 하다. 수성 역행이 다가오는데, 그 시기동안 이것들을 정리해도 좋겠다. 다시 몸이 많이 나른하고 힘이 없는 것 같다. 졸린 눈을 하고 다시 헌신을 생각하는 밤.

타투를 하려고 잉크도 꺼내놓았고 바늘도 꺼내놓았는데 또 고민이 된다. 무언가를 새겨야겠다는 막연한 욕망만으로 펼친 것들인데.. 일기를 쓰면서, 다투면서 다시 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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