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웃었다.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오늘의 습관인가보다. 다시 웃는 습관이 들었으면 좋겠네 예전처럼. 오늘은 보틀라운지에서 비우장을 열었다. 곳간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을 들고 나갔다. 아무도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선전을 펼쳐서 기분이 좋다. 모자 선물도 받았고, 은진에게 린넨 원피스도 하나 샀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
오늘 우리의 물건을 가져간 모두와, 우리와 마주친 모두에게 감사를 ! 사랑을 ! 축복을 !
또 오늘은 내 리코가 꽤 상태가 괜찮아져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일 비가 온다고 했지만, 잠시 그치는 때가 있으면 필름을 맡기고 와야지. 이안이네 가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종일 햇빛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유난히 더 배가 고팠다. 정말 정말 참을 수 없이. 우리는 정신없이 밥을 먹고, 맥주도 조금 마시고, 게임도 했다. 화투가 왜 이리도 재밌던지 ! 다들 너무 귀엽고 웃기고 재밌었다. 오지의 손에는 오늘 행운이 깃들었는지 우리가 거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지난번에 약간 아쉬웠던 백사실 원정을 나섰다. 그때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멤버가 추가되어서 힘차게 나아갔다. 함께 가니 어두운 산길이 하나도 무섭지가 않고, 우리는 정말 빠르게 이미 연못까지 도착해있었다. 연못에서 들리는 산새소리, 풀벌레 소리에 집중하다가 사진도 찍고, 사랑채가 있던 자리 옆에 펼쳐진 너른 풀밭에 올라 밝은 하늘을 보았다. 밤인데도 환했다. 구름이 많아서. 그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즐거웠다. 사진이 과연 잘 나왔을까. 혹시 어떤 영혼이 찍히진 않았을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백사실계곡에 올라 구름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뿌옇고 희미한 달빛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받은 걸까. 나름 종일 피곤했을 법하기도 한데, 꽤 컨디션이 괜찮았다. 내려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주 고요한 우리 동네. 어둡고. 모두 일찍 잠이 드는가 보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바닥을 쓸고.. 우리 샤워도 하고.. 어제는 일기를 빠뜨렸지만, 오늘은 이토록 즐거운 날을 꼭 기록하려고 일기를 쓰는 중이다. 사실 어제도 오늘 못지 않게 아주 아름답고 즐거운 날이었는데..! 에무시네마의 비밀공간에서 한바탕 초록 내음을 맡고, 초록을 눈에 담고 왔다. 미나리를 드디어 보았다. 오지와 이안이 우리 셋은 하나같이 미나리가 좋았다. 이런저런 할 말이 많기는 하지만, 오늘은 구구절절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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