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거리는 바다. 현기증을 무릅쓰고 높은 벽을 타고 걷다가 김서린 안경마저 벗어버린다. 이리 저리 꾸불한 물길의 흔적들은 다 사라지고 진흙만 남는다. 하늘은 부드러운 붉은 색. 하여간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도 붉은 산은 가까워지지 않으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달래고 걸음을 돌린다. 지도에서 보았던 산을 지나갔다. 산은 생각보다 얕았다. 분명 아까는 이 산 뒤로 해가 넘어갔는데. 맹꽁이뿐. 나는 다시 더 멀어진 붉은 하늘을 생각하다가 오래된 과학자의 이름을 주문외듯 외쳤다. 이 세상의 누구도 붉은 구름을 따라잡진 못했을거야. 방법은 단 하나. 창공을 향해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 붉은 날개를 가진 이의 허리에 매달려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이미 단테도 그의 등에 올라탔지만 그도 붉은 하늘을 따라잡은 적은 없다. 지옥에나 갔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