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월 28, 2020

황홀경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갑자기 순식간에 우리를 둘러싼 모든 선들이 그려졌다. 
정말 빠르게. 
진한 색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황홀경
. 너무나 슬펐지만 같은 이유로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커다란 형벌이자 축복이었다. 
일요일 아침처럼 편안하다는 노랫말이 귀로 하고 들어온다.
찬바람이 내 온몸 구석구석을 스쳐지나갔고 나는 정말 일요일 아침처럼 편안했다. 
그 가벼움에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집에 고양이가 새로 왔다. 이름은 사라.
사라와 세라.
어젯밤 멜리나에게 사라 이야기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마틸드 정원을 거닐으며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보다가 그의 말이 번뜩했다.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여기에 와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정말 우연이 아니었어. 
내가 마르세유에 온 것은.

저 커다란 햇살이 아니었으면 내가 쓰지 못했을 말들이.
담아내지 못했을 무수한 물결이. 

마틸드 정원은 별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없는데, 이곳에만 오면 나는 평범한 그 풍경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큰 감동을 받는다.
나무가지가 세게 흔들린다. 
나는 또 몸을 바르르 떨고. 
행복한 눈물이 나온다.
내게서 황홀경이 완전히 떠나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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