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9월 10, 2019

일년

막세이에 온 지 일년이 딱 되었다. 일년은 정말 짧은 시간이구나.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인생의 모든 것은 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생각보다 짧았던 일년. 생각보다 길었던 하루. 생각보다 힘들었던 날. 생각보다 괜찮았던 날. 그렇게 생각치 못했던 슬픔과 예기치 못한 기쁨들을 맞이하며 지나가는 일년. 그 시간을 또 생각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보내고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었고, 그저 여느 날들과 다르지 않았던 날. 다만 요즈음, 이 생각치도 못하게 빨리 지나가버린 일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해보다가, 다짐해보는 일은 있었다. 앞으로의 일년은 또 더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
일년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아주 수확이 없는 시간도 아니었다. 이래저래 좀 엎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진 작업들이랑 비디오도 몇개 만들구, 설치도 해보고, 필름 현상이랑 인화도 배워서 열심히 해보는 중이고 (이건 정말 재밌고, 매력적인 작업이다. 앞으로 더 숙련할테야)... 내 친구들 몇명은 나를 보러 막세이까지 왔다! 이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었다.. 나도 프랑스 다른 도시들에도 다녀와보고, 또 더 먼 나라들도 가보았고, 그 도시들의 어떤 벽과 나무들을 그리워할 줄도 알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삶 속에 들어와서는 미셸을 그리워하며, 오지를 그리워하며 지내던 날들도 길었지만, 이제는 나도 미셸처럼 조금은 의젓해지기도 했다. 사실, 내가 울기만 하면서 일년을 보낸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를 달래준 노래들이 많았다. 어떤 노래는 몇백번씩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그 숫자는 내가 좌절하며 질질 짜낸 눈물의 증거다ㅎ 그리고 또 내 의젓함의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의젓할’ 나이는 이미 지났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더 의젓해지고 싶다. 그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동안 나는 하염없이 막세이를 걸어다녔다. 내 종착지는 늘 바다 혹은 풀밭ㅎ 나는 거기 누워서 나에게 달려드는 파도와 모래를 또 하염없이 바라보고, 그러느라 감기도 몇번 걸려보고, 파이프도 많이 피웠구(이제는 간헐적 흡연자가 되었지만), 아무튼 진짜 청승을 많이 떨었다.
사실 오랜시간 동안 열등감은 나에게 큰 동력이 되곤 했다.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 그 욕망이 너무 큰 나머지, 나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깎아내고 저 바닥에 내팽겨치므로써 뭔가를 해내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건 결국 내 영혼을 스스로 좀먹는 일이고, 실제로 나를 열등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상의 그 누구도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늘 피력해왔으면서도. 내가 그랬다. 그래서, 얼마전에도 내가 블로그에 썼던 글에도 등장하는 말이지만, 나에게는 ‘믿음’이 필요하다. 소원이 무지무지 많았던 예전의 나에 비해, 이제는 바라는 것이 적어졌는데, 그것도 별루인 것 같다. 많은 것을 바라고, 많은 것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외마디 비명에 그쳐버리고 마는 기도는 이제 그만해야한다. 그게 내가 타고난 복이 되었든, 별들의 움직임에 따른 흐름이 되었든, 운명이 되었든, 숙명이 되었든, 내가 정말 믿고 싶었던 그것들을, 믿어야지. 그것들이 사실이 된다면 정말 엄청난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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