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0월 26, 2016

lundi



아무에게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리고싶지 않았으나 내가 뜻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든 누구라도 마주칠 수가 있었다. 뜻하지 않게 나는 내 안녕를 전하고 내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 하는 것을 워낙에 싫어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피한다. 숨기고싶은 것은 아니고 다만 널리 밝히고싶지 않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자주보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내가 무얼하고 사는지 아는 사람들이 정말 별로 없었다. 
어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힘이 들어 마을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는 축 쳐진 옷가지를 입고 축쳐진 머리카락과 축쳐진 어깨와 축쳐진 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려는데 오랜만에 선배를 만났다. 같은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동안 나는 내가 의도치 않았지만 무얼하고 오는 길인지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밝히게 된 것이다. 언덕길에 자잘자잘하게 붙어있는 그 정류장들을 지나는게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느냐고. 아주 작은 시간동안에 간략하게 내 근황을 알리고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참으로 딱하게 들릴 이야기였던 것이다. 최근 변화된 내 삶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가 진심어린 목소리로 괜찮냐는 질문을 하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뻔한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나는 서러워졌다.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기는 했지만 아주 절망적이었다. 그래 희망은 있지만 절망적일 수도 있는 것이지. 아주 고되다. 너무 짜증이 나고 이따금씩은 화도 난다. 글도 쓰기가 싫어졌다. 게다가 이건 내가 원래 쓰던 글같지도 않다. 아주 가짜같고 똥이다. 그 전의 것들도 똥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자기연민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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