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월 15, 2025

폭포와 바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잠에 들기 전에 잠깐 남긴다. 오늘 편지에 쓴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는 매일 해가 뜨는 시간과 해가 지는 시간을 살펴보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썼다. 친구가 그에게 주어진 어떤 시간을 막막하게 느낀다기에 오늘 보았던 저녁 하늘색을 떠올리며 그런 이야기를 적었다. 동지가 지났고, 해가 더 길어졌다. 일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 저 멀리 노을이 보였다. 어두운 푸름이 가득한데 멀리 붉은 색이 물들어 있었다. 오늘은 해가 17시 37분에 졌다. 내일은 38분에 진다.
사실 모든 시간은 이미 펼쳐져 있지만, 인간 언어와 인식의 구조로 인해 느끼는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 이 감각 안에서 불안도, 안도도 모두 느낀다. 지량과 치앙마이에서 함께 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다. 음악이 흐른다. 음악이 흐른다. 이미 완전히 펼쳐진 시간 위 연주.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모두 이미 눌리어진 건반. 한 음을 칠 때, 이미 그것은 마지막 음까지도 다 알고 있는 음이네. 모든 음이 동시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것이네. 그 모든 음을 다 이미 들었으면서도, 흐르는 형태로 느낄 수 있다는 것. 흐르는 형태. 폭포와 바다네. 폭포는 하얗고 바다는 파랗네.

월요일, 1월 13, 2025

수요일, 1월 08, 2025

새로운 달과 새로운 해. 
오늘 회사를 다닌지 일년이 되었다. 입사 1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팡-하고 떴다. 작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다. 괜찮다가도 고비가 찾아오곤 한다. 그렇게 한 해를 그래도 지나왔다니 신기하다. 가끔 고비가 오는 때에 떠나버리고 싶다는 다짐을 몇번이고 했지만 얼마 전 뽑아본 여러 메시지 속에선 아직 떠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저절로 그 움직임이 생기는 때에 그것을 맞이하기로 하고, 일단은 오늘을 잘 살기로 한다. 그럼 저절로 어느 시간에 닿아있겠지. 
모든 행위 하나 하나를 명상하듯이. 올해 내가 지키고 싶은 것 한가지. 모든 순간을 명상하듯이 오롯이 그 순간만을 느끼며, 움직임 하나 하나를 느끼며. 
왓람펑에서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명상하는 사람들과 자리에 앉아 기도하고 명상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앉아 명상을 했다. 모든 것들을 흘려보냈다. 다가오는 생각들. 그저 스쳐지나가게 두니 다른 시간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 들리는 소리들을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했다. 종소리. 사람들의 움직이는 소리. 비질하는 소리, 여러가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것들은 절대로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다 스쳐지나갔다. 지나가고 나면 없고 무한히 새로운 순간들이다. 내 몸과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너무 부드럽게 느껴졌다. 너무나 편안하고 안전했다. 그걸 온전히 느끼게 되는 것이 명상을 하는 것이구나. 나는 지금 여기에 안전하게 편안하게 숨을 쉬며 존재하고 있다. 
지난 모든 순간들이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어느 것도 머물러 있지 않고 지나간다. 지나간 것을 붙잡는 것은 내 마음이 하는 일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내 안의 어떤 것도 해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갈 뿐이었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자 나는 정말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